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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정보

[연남 박석술집] 감성이 있는 숨은 술집

한때 다양한 카테고리의 식당들이 치열한 경쟁을 자랑했던 연남동은, 이제 뭔가 새롭게 무언가가 생기기보단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식당들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상권이 된듯하다. 연남동을 즐겨 찾는 사람들도 이제는 새로운 무언가보단 항상 찾던 단골집을 더 선호하는것 같기도 하고. 특히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더더욱 새로운 식당들이 자리잡기가 어려워진듯 하다.

 

이런 상황에서 연초에 새롭게 발견한, 생긴지 얼마 안된 연남동 술집이 있어 소개하고자한다. 사장님의 이름을 딴, 트렌디하고 깔끔한 "박석술집"이 바로 그곳이다.

 

얼마전 포스팅한 연남동 "상해소흘"에서 화려한 중식의 향연을 즐기고, 2차로 갈만한 술집을 찾아 헤메였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왠만한곳은 만석이었고, 대화하면서 한잔 기울이고 싶은 우리가 가기엔 다소 시끄러운곳이 많았다. 그러던 중 눈길을 끈 박석술집의 간판. 사실 처음에는 멋드러진 머리와 수염을 캐릭터화한 간판덕에 미용실인줄 착각했었지만, 이곳은 술집이 맞다. 1981년생으로 추정되는 박석 사장님이 운영하는곳인것도 간판을 자세히 보면 추정가능하다.

 

지하 1층을 내려가면 어둑하지만 감성이 낭낭한 내부 인테리어를 볼 수 있다. 다행히 아직 입소문이 안나서인지, 아늑한 구석 자리에 우리 4인이 앉기에 충분히 넑직한 자리로 안내 받았다.

 

윤기가 흐르는 돼지고기 덩어리

센스있고 감성넘치는 간판처럼, 메뉴 이름도 꽤나 재치발랄하다. 메뉴판 사진을 분명히 찍었는데, 취해서 기억이 틀어졌나보다. 대신 기억나는 센스넘쳤던 메뉴명들을 텍스트로나마 소개하고자한다.

 

- 윤기가 흐르는 돼지고기덩어리 (2만원)

- 통째로 튀긴 우럭 (1.8만원)

- 고소한 해물크림우동/ 칼칼한 해물볶음우동 (각 1.8만원)

- 고소한 올리브 오일에 빠진 새우 (1.7만원)

 

유명 미슐랭 레스토랑의 메뉴처럼 음식이 어떻게 조리되는지를 상상가도록 설명하되, 돼지고기덩어리, 빠지다 등의 표현으로 한번쯤 피식하게 만드는 메뉴명이다. 개인적으로 딱딱한 메뉴판보단, 손님에게 메뉴를 설명해주는듯한 이런 네이밍 너무 좋다. 개인적으로 나도 나중에 이자카야하면 이런식으로 메뉴 네이밍을 해보고싶다. 그날이 올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1차에서 거하게 먹고왔기때문에, 윤기가 흐르는 돼지고기덩어리, 그리고 고소한 올리브오일에 빠진 새우를 주문했다.

 

윤기가 흐르는 돼지고기덩어리는 기본적으로 통삼겹구이로 생각하면 될듯하다. 사실 삼겹살을 통째로 굽는다는게 속이 얼마나 익었는지 알기 어려워, 꽤나 정확하고 섬세한 조리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윤기가 흐른다고 써둔 메뉴명의 자신감처럼, 박석 사장님은 통삼겹을 촉촉하게 잘 구워주셨고, 같이 나온 간장 소스도 느끼함을 잘 잡아줘 중식으로 배가 불렀던 우리도 꽤나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아! 그리고 기본 안주로는 크림스프가 나온다. 뭐 엄청난 새로운 맛은 아니지만, 술집인만큼 뜨끈한 스프 한그릇은 꽤나 좋은 안주라고 생각한다. 맛이 특별했다기보단 뜨끈하면서 달콤한 스프 한숟가락이 해장되는 느낌이라 넷다 신나서 스프를 들이켰다. 돼지고기덩어리의 윤기에 반해서 잔을 기울이다보니, 다음메뉴인 고소한 올리브오일에 빠진 새우가 그 자태를 드러낸다. 메뉴 이름으로도 추측 가능하듯이, 이건 새우 감바스다. 오동통한 새우, 그리고 고소한 올리브오일 향이 코를 찌른다. 맛은 엄청 특별할것은 없는 모두가 아는 감바스 맛이지만, 큼지막한 새우의 크기에 감동하며 먹었다.

고소한 올리브오일에 빠진 새우

메뉴판 사진이 없어서 글로 설명해야하는게 아쉽지만, 박석술집엔 더치소주(5천원)를 판다. 1L정도 되는 큰 병에 더치커피와 소주를 적당한 배율로 혼합한 술인데, 커피 원두의 향과 맛이 쓴 소주의 맛을 잡아줘서 술이 정말 술술 들어간다. 더치소주가 요즘은 판매하는곳이 많은것으로 아는데, 나는 이때 처음먹어본지라 너무 신기해하며 엄청나게 들이켰다.

 

평소 커피를 좋아하기도해서 그런지, 취향 저격당한 느낌. 깔루아는 달콤하게 술의 맛을 녹인다면, 더치소주는 좀더 으른의 맛(?)으로 술 맛을 깔끔하게 만든다. 도수가 그렇게 높게 느껴지진 않는데, 쓰지않아 마시는 속도가 빨라지다보니 꽤나 얼큰하게 취한다.

 

더치소주라는 새로운 술을 경험한것부터, 분위기 좋고 조용한 감성에서 두런두런 이야기할 수 있었어서 그런지 박석술집은 연초에 방문했음에도 9월인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는 술집이다. 맛있는 안주에 간단히 한잔하기에도 좋고, 은은히 나오는 음악과 어두컴컴한 조명으로 분위기 잡기도 좋은곳이라 썸타는 남녀에게도 추천할만한 그런 곳이다.

 

치열한 연남동 상권에서도 오래오래 장사 잘되길, 그래서 내가 다시 한번 꼭 재방문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