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서울 중구 어디에서도 보이는 종각타워를 중심으로 다양한 건물을 볼 수 있는 종로이지만, 아직도 골목 구석구석엔 옛 한옥들이 군데군데 숨어있다. 특히 종각역 YMCA 건물 뒷골목, 피맛골이라 불리는 골목에선 멋드러진 옛 고택에 앉아 정겨운 음식들을 즐길 수 있다.
오늘 포스팅할 종로 시골집도 숨은 오랜 맛집들이 많기로 유명한 인사동 피맛골에 위치한, 착한 가격에 색다른 맛의 장터국밥을 즐길 수 있는 맛집이다.
족히 100년은 넘은듯한 목재로 지어진 옛스런 멋이 가득한 한옥집이다. 식당으로 지어졌다기엔 구조가 꽤나 특이하고 규모가 큰편이어서 알아보니, 원래는 여관이었다고 한다. 식당으로 개조된지는 약 30년정도 되었다고.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킨 집인데도 관리가 잘되어서, 2020년에 음식을 즐기기에도 어색함이 없다.
마당 한가운데는 부뚜막이 자리잡고 있고, 큰 무쇠솥에 장터국밥이 펄펄 끓고있다. 들어가자마자 경상도식 장터국밥 특유의 달큰한 냄새가 은은하게 후각을 자극한다. 마당을 기점으로 ㄷ자 형태로 있는 방으로 안내받아 자리를 잡는다. 입장할때 나무바닥 특유의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왠지 모르게 정겹고, 반갑다.
대표메뉴인 시골장터국밥부터 석쇠불고기, 육회같은 기본 요리메뉴, 그리고 저녁에 안주로 인기 많을듯한 우설수육, 모듬전, 안동사발문어 등이 있다. 기본적으로 고추장으로 맛을 낸 경상도식 시골장터국밥이 메인인 곳인데, 홍어무침이 메뉴에 있는게 꽤나 신기했다. 다양한 메뉴만 보아도, 저녁에도 이 근방 토박이들에겐 꽤나 핫한 술집이란걸 알 수 있다.
궁금한 메뉴들이 많았지만, 점심시간에 방문지라 시골장터국밥과 석쇠불고기를 주문했다. 나중에 오게된다면 6시 이후에만 가능한 모듬전이나 막창불구이도 한번 시도해봐야지. (컨디션이 좋다면 매운걸로도 한번 도전해보고싶다.)
마당 한가운데서 펄펄 끓고있던 장터국밥은 거의 주문과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매운맛에 강한편이 아니라 강한 빨간 색감에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맵지 않다. 얼큰하고 칼칼한 고춧가루의 맛보다는, 고추장의 깊고 진한맛이 더 느껴지는 편이다. 큼직큼직하게 썰려서 들어가 있는 양지고기는 오랫동안 솥에서 국물과 있어서 그런지 간이 잘 배어들어있다. 아침부터 몇번씩 데워져서 고기와 함께 들어간 대파나 묵은지는 흐물거리지만 고기와 잘 어우러진다.
기본찬은 깍두기와 배추김치, 그리고 오징어 젓갈이 나온다. 김치의 맛이 엄청나고 감칠맛 나는편은 아니지만, 원래 이런곳에선 김치보단 국밥이 주인공이 되어야한다. 오징어젓갈은 국밥에 살짝 올려 먹을 수 있게 잘 다져져서 나오는데, 꽤나 별미다. 국밥 자체가 간이 센편은 아닌지라, 짭쪼롬하고 감칠맛 나는 젓갈을 얹어먹으면 그냥 먹을때완 다른 새로운 맛을 느껴볼 수 있다.
국밥을 먹고있다보면 어느새 주문한 석쇠불고기도 나온다. 나오자마자 퍼지는 불고기 냄새에 기대감이 상승하고, 먹어보면 강한 불향과 촉촉하면서 식감 좋은 맛을 느껴볼 수 있다. 18,000원이라는 가격 치고는 양이 많은편은 아니라 조금은 섭섭하지만, 여러명이 방문해서 한번쯤은 함께 맛볼만한 메뉴다.
을지로, 종로쪽에 근무하다보면 점심시간에 이런 숨은 맛집을 찾는 재미가 있다. 트렌디하게 을지로의 철물점이나 집을 개조한 맛집들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가끔은 한옥 그대로의 멋을 그대로 간직한 시골집과 같은 맛집에서 편안히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국밥 한그릇을 즐기는것도 색다른 매력이 되곤한다. 전통의 맛과 멋을 간직했지만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이런 이색 맛집들, 얼른 모두가 한번씩 방문해보았으면 한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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