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고기를 보면 대기만성형 스타들이 떠오른다. 한때는 한국인에겐 맞지 않는 식재료로 판단되기도했지만, 어느새 번화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으니까.
80년대, 90년대만해도 양고기는 한국에선 그리 인기있는 고기는 아니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삼겹살부터 양념갈비, 꽃등심 등 이미 다양한 고기 조리법이 발달한 상황에서, 개체수가 많지도 않은 양의 고기는 낯설었다. 생소한만큼 조리법도 발달하지 않아, 양 특유의 누린내와 기름진 맛은 더욱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했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건대, 대림 등을 기점으로 "양꼬치"가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긴 꼬챙이에 끼워진 적당한 크기의 고기는 뜨거운 화로에서 빙글 돌며 양의 기름기를 쫙 빼준다. 그리고 "쯔란"이란 강한 향의 향신료에 찍어 먹으면 특유의 누린내는 어느새 고소한 맛으로 변해있다. 거기에 칭따오로 대표되는 맥주한잔을 곁들이면 어느새 개운하고 시원함까지 느껴진다.
양꼬치로 인지도를 다진 양고기는, 이제 "양갈비"라는 고급음식으로 이미지 변신해서 어느새 젊은이들의 특별한 순간들을 책임지는 메뉴가 되었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이상한 비유를 하며 서론이 길었다. 이번 포스팅에 소개할 식당은 양갈비 잘하기로 유명한 신천에 있는 "징기스"다.
대표적인 양갈비를 중심으로 제공되는 세트메뉴들도 있지만, 이번 징기스 방문에선 부위별로 양고기를 오롯이 즐겨보고자 단품으로 주문했다. 양갈비 1인분, 티본 1인분, 그리고 양 특수부위 1인분 총 3인분을 주문하고, 봄시즌에만 주문이 가능한 미나리(7,000원)을 추가로 주문했다. 요즘 삼겹살집에서도 향긋한 미나리를 함께 구워 제공하는곳이 많아, 양갈비도 왠지 잘 어울릴것 같았다.
기본 세팅은 정갈하다. 혹시 모를 누린내나 느끼함을 잡아줄 추부터 소스, 땅콩, 그리고 샐러드까지. 온전하게 양갈비를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는 깔끔한 세팅이다. 미나리는 생각보다 튼실하고 나오자마자 향긋하게 주변을 밝혀준다. 미나리 추가가 7,000원이면 비싼거 아닌가? 라고 생각한걸 비웃듯이.
양갈비집은 맛도 맛이지만, 직원분들이 다 구워주신다는 어마무시한 장점이있다. 닷지형태의 자리에 앉아있으면, 화로의 온도부터 굽기, 자르기까지 전부 가제트 형사처럼 척척 해주시니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즐기기만 하면된다. 또 중간중간 부위에 대한 설명이나, 어떻게 먹으면 맛이 좋은지도 알려주시니 일석이조. 워낙 육즙이 풍부하고 고소한 양고기인데, 미나리의 향긋함이 더해지니 맛이 배가되는 기분이었다. 중간중간 기본 소스인 민트젤리와 소금을 번갈아 찍어먹으면 더욱 맛은 다양하고 풍부해진다. 소고기, 돼지고기도 마찬가지지만 개인적으로는 양갈비가 소스에 따라 맛의 변동폭이 매우 큰것같다. 이왕이면 다양한 소스와 즐길 수 있는게 진정한 양갈비 맛집의 기준인거같기도하고.
세트메뉴를 시키지 않은건, 다양한 메뉴를 맛보기 위함이었다. 그렇기에 명란구이와 아지타마고(맛계란파밥)을 안시킬수가 없었다. 명란구이는 말그대로 생명란을 불판에 구워서 마요네즈, 김, 와사비와 곁들여 먹는 메뉴다. 익숙한 젓갈은 명란 특유의 토독 터지는 식감은 살아있지만 짠맛이 강해서 식재료 고유의 맛을 느끼기는 어렵다. 하지만 징기스에선 신선한 생명란을 버터와 함께 구워, 와사비마요 소스와 함께 명란 고유의 식감과 맛을 느낄 수 있다. 호불호가 조금은 갈릴 수 있지만, 새로운 음식 탐방에 두려움이 없다면 한번쯤 추천하고싶은 메뉴. 개인적으로는 정말 만족도가 높았다.
아지타마고는 계란장조림이란 뜻의 일본어다. 간장이 잘 배어든 반숙계란 장조림인데, 징기스에서는 이걸 활용한 파밥을 제공한다. 사실 간장계란밥과 뭐가 다르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계란과 간장을 즉석에서 비비는 것과, 간장을 가득 머금은 계란을 밥에 풀어넣는것은 나름 큰 차이가 있다. 양갈비가 주는것처럼 엄청 특별하거나 특이한 맛은 아니어도, 삼겹살을 먹으면 찌개나 냉면을 먹듯 깔끔하게 식사를 마무리하기엔 딱 알맞은 음식이다. 개인적으로 양갈비도 양갈비지만, 이 아지타마고를 먹기 위해 징기스는 꼭 한번 다시 방문하고싶기도하다.
양고기, 그중에서도 특히 양갈비를 좋아한다면 징기스는 꼭 추천하고싶은 식당이다. 프랜차이즈 식당이긴하지만 아직은 여기저기 많이 있는건 아니어서 접근이 어려울수 있지만, 제대로 양갈비의 맛을 즐겨보고 싶다면 꼭 방문했으면 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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