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방문한 통영은 날씨부터 음식까지 너무나 완벽하고 좋았다. 바닷바람은 차갑지않고 시원했고, 이곳저곳 걸어다니고 어디서나 사진찍어도 그림처럼 나올정도로 날씨가 너무 좋았다. 여행하는 약 48시간동안 중간에 소나기가 조금씩 내리긴 했지만, 그마저도 감성이란 이름으로 포장될 수 있을정도로 날씨가 너무 좋았다. 겨울이 끝나갈즈음이어서 그런지, 관광객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바쁜 서울의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떠났던 여행이었던만큼, 모든 조건이 잘 맞아떨어져서 너무 좋았다.
오늘 소개하고자하는 식당은 완벽했던 통영여행의 마지막날 최후의 만찬을 즐긴 "밥상식당"이다. 최후의 한끼이기에 많은 고민을 했지만, 맛집 좀 찾는사람들이 즐겨본다는 TV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에서 푸짐한 한상차림으로 소개된적 있는 워낙 유명한 "밥상식당"으로 결정했다. TV에 나왔다고 무조건 믿는편은 아니지만, 먹는것에 대한 애정은 찐인 개그맨들이 만들어지지 않은 순도 100%의 리액션을 보였던 기억이있어 믿고 따라갔다.
이곳 통영 "밥상식당"의 시그니쳐메뉴는 해물 뚝배기이다. 사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글로 아무리 설명해도, 사진 한장만 못하다. 실물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그 아름다움을 담기위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찍어보았다.
사투리가 구수한 사장님이(우린 이모라고 불렀다) 홀로 서빙부터 주방에서 조리까지 다 책임지고계신데, 어떻게 해물 위치도 저렇게 호텔 주방장처럼 예쁘게 해주시는지 신기하다. 멀티태스킹이 알파고처럼 되는 모습을 보고있다보면, 이런게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인가 싶다. 일반 짜장면에도 해물이 듬뿍듬뿍 들어가는 통영인지라, 이름부터 "해물뚝배기"인 이곳의 메뉴에는 그 푸짐함이 말할것도 없다. "해물뚝배기"의 구성을 간단히 말하자면, 가리비, 조개, 석화, 전복 등의 주연급 해산물은 기본이고, 소라, 오징어, 문어 등 화려한 조연까지 더해졌다. 거의 해산물계의 어벤져스들이 한뚝배기안에 오밀조밀 모여 그 화려한 위용을 자랑한다.
비쥬얼로도 확인 가능한 해산물의 싱싱함은 정말 말할것도 없다. 아마 오늘 아침에 이곳 "밥상식당"에 도착했을법한 해산물들은, 탱글한 식감을 자랑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해산물들이 만들어낸 국물이 정말 진국 of 진국이다. 너무 맵지않고 적당히 얼큰한 맛에, 어떤 비법을 쓴것인지 약간의 달큰한 맛까지 살아있다. 국물 한숟갈을 먹으면 낮이지만 소주한잔이 생각날 정도다. 처음엔 아무리 해물뚝배기여도 30,000원이 비싼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잠시했지만, 해산물의 화려한 비쥬얼과 국물을 맛보고나니 오히려 단돈 삼만원에 이런 메뉴를 파는 이모님께 감사할정도다.
해물뚝배기의 감동을 먼저 전하느라 순서가 좀 바뀌었다. "밥상식당"이라는 상호답게, 기본 반찬도 정말 정갈하다. 손맛이 가득들어간 파래무침부터 가지런히 잘짤린 오뎅무침까지, 기본찬에서도 사장님의 오랜 요리내공에서 나오는 "짬바"가 느껴진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파래무침이 정말 맛있었다. 원래도 좋아하는 기본찬인데, 이곳의 파래무침이 유독 새콤달콤한 맛이 잘 살아있었다. 사장님의 솜씨에 재료의 신선함이 더해져서 그런것같다.
해물뚝배기의 감동적인 맛을 즐기고있을때, 추가로 주문한 "바지락 무침"이 나왔다. 사실 바지락무침이란 메뉴를 먹어본적이 없어서, 호기심에 주문했다. 그리고 그 호기심의 물음표는 맛을 본순간 느낌표로 변했다. 새콤달콤한 양념장과 달래는 상큼하게 입맛을 돋구어줬고, 쫀득한 바지락의 식감은 눈이 번쩍뜨이는 맛이었다.
무침이기에 밥과 함께 먹으면 더없이 완벽한 메뉴다. 바로 주문한 공기밥위에 바지락무침을 조금 얹어서 먹고, 해물뚝배기의 얼큰한 국물으로 입가심하면 그 맛의 감동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글을 쓰는 지금도 살짝 침이 고였다.
10시반쯤, 이른 점심에 방문해서 손님이 우리밖에 없어서인지, 아니면 서울말 쓰는 세 총각이 통영에 온게 기특했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이모님이 친근하게 통영에 대한 설명도 해주시고 해산물 손질도 직접해주셨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반정도 먹은 바지락무침을 보고 "진짜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며 주방에서 김과 참기름을 가져와 밥을 비벼주셨다. 참기름의 고소한 냄새와 비빔밥 치트키인 김만봐도 범상치않았는데, 한입 먹자마자 감동의 눈물을 흘릴뻔 했다. 이미 어느정도 시장기가 가신터라, 다 먹을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건 다 안먹으면 잘못하는 맛이다. 밥 위에 바지락무침을 얹어먹을때와, 바지락비빔밥을 먹는건 정말 느낌 자체가 다르다. 이건 더이상의 설명보단, 꼭 방문해서 한번 시도해보라고 추천해주고싶은 조합이다.
단품메뉴로도 판매되는 바지락 비빔밥을 서비스처럼 직접 비벼주신것인데, 새콤달콤한 맛이 맨밥과 비벼먹으니 더욱 밸런스가 잘 맞는 느낌이었다. 사장님 말씀으론 원래 정식 메뉴가 아니었는데, 손님들이 밥에 비벼먹으면 너무 맛있는데 왜 그렇게 안파시냐고 문의를 많이해서 아예 메뉴화시키셨다고 한다. 손님들이 왜 아우성이었는지는 정말 먹어봐야 알 수 있다.
사실 너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술생각이 안난다. 그간 포스팅을 하며 "한숟갈 먹으면 술한잔이 생각난다"라는 말을 많이 한듯한데, 밥상식당은 상호처럼 정말 밥을 위한 식당이라고 표현하고싶다. 술 한잔과도 잘 어우러질 맛있는 음식지만, 이왕이면 술 없이 메뉴 각각의 맛을 온전히 즐기는것도 추천하고싶을 정도로 맛있는 집이다. 통영에 방문한다면 무조건, 꼭 방문하라고 추천하고싶은 "찐맛집"이자 "인생맛집"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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