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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정보

[한강진역 한남북엇국] 이름은 하나인데 시그니쳐는 서너개

"내 동생 귀염둥이, 개구쟁이 내 동생.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는 서너개" 어린시절 좋아하던 동요의 한구절인데, 나는 이상하게 오늘 소개할 맛집만 방문하면 이 노래가 떠오른다. 분명 이름은 "북엇국"맛집이어야 하는데, 들어서는 순간 수육, 비빔밥, 각종 회 등 분야를 안가리는 수많은 메뉴들덕에 정작 상호에 떡하니 박힌 메뉴는 새까맣게 까먹게된다.

한강진역에서는 도보로 15분정도, 순천향대학병원 대로 건너편에 위치한 "한남북엇국"은 사실 이미 많이 유명한, 그리고 청담에 2호점까지 생긴 찐맛집이다. 가게의 다양한 메뉴만큼이나 벽면을 가득 매운 유명인들의 싸인처럼, 한남동 근처에서 밥좀 먹어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안가봤을리 없는 필수코스라고 할 수 있다.

방문한 날 역시 손님들로 가득했다. 가벼운 차림으로 집앞에서 반주하고있는 가족부터, 한남동 근처 나들이왔다가 찾아온듯한 사람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서로 겹치지않는 메뉴를 즐기고있었다. 아! 이곳은 심지어 "콜키지 프리"여서 사케나 와인을 들고 오신 분들도 많았다.

처음 방문했다면 족히 20가지는 되어보이는 벽면을 가득 메운 메뉴에 정신을 못차릴 수도 있다. 우리는 육회, 그리고 성게/날치알 비빔밥을 먹고자 마음먹고 온지라 그리 어렵진 않았지만. 빠르게 두 메뉴를 주문하고, 심플하지만 입맛 돋구기엔 충분한 기본찬을 맛본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성게/날치알 비빔밥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게날치알 비빔밥

사실 12,000원 가격을 생각하면 "양이 이게 뭐야"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밥만큼 푸짐하게 올려진 성게알을 보면 그 생각이 사라지고, 날치알과 잘 버무려 한숟갈 먹어보면 잠시나마 허튼 생각을 한 나를 돌아보게 된다. 바다향을 가득 머금은 성게알은 평소 쓰기만 했던 소주도 달달하게 만든다. 역시 이곳 "한남북엇국"은 배불리 먹는다기보단, 다양한 맛있는 요리를 반주하며 즐길 수 있는곳에 가깝다.

한남북엇국 육회

비빔밥 하나와 소주를 기울이고있다보니, 양념에 잘 버무려진 육회가 나온다. 기존에 새빨간 육회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덜 싱싱해보일 수 있는, 다소 탁한 붉은색의 육회다. 하지만 먹어보면, 이 육회가 왜 덜 빨간지 단숨에 이해할 수 있다. 양념이 생고기와 상당히 잘 버무려져서, 마치 양념된 꽃등심을 육회버젼으로 먹는 느낌이 든다. 육회의 쫀득한 식감은 살아있는데, 감칠맛이 더해졌다고 할까? 여하튼 맛있는 육회집은 꽤나 다녀본 고기애호가지만, 이곳의 육회는 특별한게 있다.


꼬막 무침

평일에 방문한지라 분명 간단히 반주하고 나올 생각이었는데, 바다의 성게와 땅의 육회를 맛보다보니 멈출수가 없었다. 참지 못하고 조금은 매콤한 메뉴를 물색했고, 꼬막무침이 당첨되었다. 앞서 설명한 메뉴는 첫인상과 다른 반전이 있었다면, 이 꼬막무침은 첫인상 그대로다. 그냥먹기엔 조금 짜고, 매콤하다. 하지만 흰밥한숟갈에 잘 얹어 먹는순간, 이 메뉴는 비로소 완벽해진다. 사실 앞선 두메뉴에 비하면 조금은 아쉬웠지만, 뭔가 입가심으로 먹기에는 더할나위 없었던 메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이들에겐 이도저도 아닌 다소 애매한 위치에 있는 "한남 북엇국". 하지만 수십가지의 시그니쳐 메뉴들 덕에 언제 방문해도 새로운 느낌으로 맛을 즐길 수 있는 "찐맛집"이다. 연말이 다가오기도하고, 콜키지도 자유로운 식당이니, 소중한 사람들과 삼삼오오 모여 이곳에서 술한잔 기울이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