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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정보

[포항 장기식당] 최자도 인정한 그 국밥 맛집

옛말에 싼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다. 그리고 그 말은 이제 진짜 옛말이다. 예전엔 비싼 음식이나 제품은 값어치를 한다는게 중론이었다면, 요즘의 스마트 컨슈머들은 가격대비 성능, 그리고 가격대비 심적만족도까지 고려하여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충동구매라는 자극적인 맛은 여전히 합리적인 소비의 일탈이긴 하지만...

 

예전엔 나이 있으신 아저씨, 할아버지들의 전유물이었던 종로 3가나 을지로가 점점 젊은이들로 채워지는것도 비슷한 트렌드라고 생각한다. 오랜기간 단련된 주인아주머니의 손맛을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니.. 게다가 인스타 감성 낭낭한 레트로 인생컷도 건질 수 있다. 

 

서론이 길어졌지만, 오늘 소개할 곳 역시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사로잡은, 그리고 요즘 독립된 유튜브 채널까지 확보한 최자로드에도 소개되었단 "핵맛집" 장기식당이다.

 

장기식당 입구, 오랜맛집치고 엄청 깔끔하지?

 

포항 종합어시장에 가면 1952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겉모습만봐도 맛집포스 폴폴 풍기는 장기식당이 있다. 60년 넘게 포항의 맛집으로 군림해온곳 답게, 애매한 오후 3시에 갔는데도 꽤나 많은 분들이 곰탕과 수육을 즐기고 있었다. 밖에서부터 솔솔 풍겨오는 자존감 넘치는 맛집의 포스, 더 이상 기다리기도 어렵다. 얼른 착석해야지

 

장기식당 메뉴판, 생각보다 비싼가?


서론에 그렇게 가성비를 외쳐놓고, 곰탕 소자 한그릇이 만원이면 비싼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나도 들어가서천원단위가 아닌 만원으로 시작하는 메뉴판을 보고 놀랐으니까. 하지만 국물 한숟갈 들이키면 그 생각이 싹 사라진다. 정말이다. 

우윳빛깔로 뽀얀 국물, 그리고 진하게 느껴지는 한우 육수의 향기. 사진만 봐도 그날의 진한 맛이 느껴지는듯하다. 평소에 진한 국물을 먹으면 해장으로 딱이라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이곳의 곰탕은 해장보단 그냥 오롯이 그 맛을 즐기는걸 추천한다. 요리왕 비룡이나 미스터 초밥왕식 표현을 빌리자면, 먹는 순간 손끝까지 푹 고아진 육수가 퍼져나가는 기분이다. 아, 그리고 입구에서 국밥 한그릇을 할때도 토렴을 수차례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러다보니 안그래도 잘 삶아진 고기에 육수의 맛이 스며들어 맛이 훌륭할 수 밖에 없다.

우윳빛깔이다 정말, 설명하기 어려울정도의 찐맛집


국밥엔 보통 소 양지와 같은 특정부위만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근데 장기식당에선 곰탕 한그릇에서 한우의 다양한 부위를 맛볼 수 있다! 특히 여느 식당과는 다르게, 고기를 뭉텅이로 썰어서 넣어두셔서 각 부위별 식감이 잘 살아난것도 좋았던 점중 하나. 기본찬은 깍두기와 거대한 고추, 그리고 양파절임이 나오는데 튀는 맛은 아니지만 조화롭게 곰탕과 어우러진다. 어차피 이곳은 기본찬 먹으러 오는곳이 아니니까, 반찬은 말그대로 기본만 해줘도 곰탕을 충분히 더욱 맛있게 만들어줄 수 있다.

장기식당은 국밥이나 수육 등이 가진 특유의 냄새에 거부감을 느끼는 외국인들에게도 강하게 추천해주고싶은 곳이다. 사실 이런 오래된 국밥 맛집을 가면 특유의 고기 누린내가 퍼져서 외국인들에겐 거부감이 들 수 있는데, 신기하게 장기식당에선 그런 거부감 드는 냄새가 없다. 입구에서부터 팔팔 끓는 솥이 보이는데, 잡내가 없다는게 신기할따름. 

 

한가지 아쉬운건 다음 일정상 한우수육을 먹지 못했다는것. 옆 테이블에서 나이 지긋한분들이 한눈에도 야들야들해보이는 한우 수육과 간단히 낮술을 즐기고 계셨기에 더더욱 아쉬웠다. 국밥 속에 들어간 고기만으로도 너무 맛있었기에, 온전한 수육 세트를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계산을 마치고 떠나는 순간까지 맴돌았다. 다음번 또 포항을 방문한다면 수육에 소주한잔 걸쳐보고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이날은 차를 가져가서 술은 꿈도 못꿨다)

 

포항에 간다면 추천하는 맛집이라기보단... 진정한 한우곰탕의 맛을 알고싶다면 포항을 꼭 가서 이곳에 방문하라고 하고싶다. 포항 여행 간김에 갈 맛집이 아닌, 장기식당을 간 김에 포항 구경도 하고 오는게 맞을거같은 그런 맛집. 꼭 가보세요! 제발!